걸으면 종아리가 터질 듯 아프고, 쉬면 괜찮아지시나요? 혈관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걷기만 하면 종아리가 당기고 아픈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근육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리 혈관 문제의 원인과 필요한 검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혹시 걷기만 하면 종아리가 뭉치고 터질 듯 아파서, 길을 가다 잠시 주저앉아 쉬어야 하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이 사라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운동이 부족해서 생긴 근육통이겠지' 하고 넘기기 쉽죠. 최근 저희 의원이 위치한 인천 서구 청라 지역에서도 비슷한 불편함을 호소하며 내원하시는 중장년층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근육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혈관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왜 쉬면 괜찮아지는 걸까요? 통증의 정체
걸을 때 유독 다리가 아프다가 쉬면 나아지는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간헐적 파행(Intermittent Claud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y Disease)’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우리 몸의 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주는 파이프와 같습니다. 말초동맥질환은 주로 다리로 가는 동맥이 동맥경화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발생합니다. 평상시 가만히 있을 때는 좁아진 혈관으로도 근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혈액(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니 별다른 증상이 없어요.
하지만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다리 근육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근육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따라서 더 많은 혈액 공급을 요구하게 되죠. 이때 좁아진 동맥이 충분한 혈액을 보내주지 못하면, 근육은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종아리나 허벅지에 쥐가 나는 듯한, 혹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서 쉬면 근육의 산소 요구량이 다시 줄어들고, 통증도 자연스럽게 가라앉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한 다리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말초동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분들께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이것이 단순히 다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리 혈관에 동맥경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몸의 다른 중요한 혈관들, 예를 들어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이나 뇌로 가는 경동맥 역시 비슷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실제로 말초동맥질환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수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다리 통증은 전신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위험 요인을 가지고 계신다면 더욱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 흡연: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혈액을 끈적이게 만들어 동맥경화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 당뇨병: 높은 혈당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 진행을 가속화합니다.
- 고혈압: 높은 압력이 지속적으로 혈관에 부담을 주어 혈관을 딱딱하게 만듭니다.
- 고지혈증: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관 벽에 기름 찌꺼기(플라크)가 쌓여 혈관을 좁게 만듭니다.
- 고령 및 가족력
이러한 만성질환들은 소리 없이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확한 상태 파악,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증상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현재 혈관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내과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들을 통해 말초동맥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선별 검사는 발목-팔 혈압 지수(ABI, Ankle-Brachial Index) 검사입니다. 팔의 수축기 혈압과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각각 측정한 후, 발목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누어 그 비율을 보는 검사입니다. 정상 수치는 1.0~1.4 사이이며, 0.9 미만으로 나올 경우 다리 혈관이 좁아져 있음을 시사합니다.
더 정밀한 확인이 필요할 때는 혈관 초음파(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를 이용하여 혈관의 어느 부위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혈액의 흐름은 어떠한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검사입니다. 인체에 무해하며 통증 없이 진행 가능합니다. 저희 소화기 내과 전문의 2인이 진료하는 의원에서는 복부 초음파 외에도 경동맥 초음파나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분의 전신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하시는 질문들
Q1. 하지정맥류와는 다른 건가요? 네, 완전히 다른 질환입니다. 말초동맥질환은 '동맥'의 문제로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서 발생하고, 주로 걸을 때 통증이 나타납니다. 반면 하지정맥류는 '정맥'의 문제로,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이면서 혈관이 늘어나고 다리가 무겁거나 붓는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통증의 양상과 원인 혈관이 다르므로 구분이 필요합니다.
Q2. 진단받으면 바로 수술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말초동맥질환 치료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시작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금연은 필수적이며,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철저히 조절해야 합니다. 또한,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 등의 약물 치료를 병행합니다. 수술이나 시술은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다리에 상처가 낫지 않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고려하게 됩니다.
Q3. 일상생활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입니다. 아프다고 걷지 않으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통증이 나타나기 직전까지 걷고, 아프면 잠시 쉬었다가 통증이 가라앉으면 다시 걷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 좁아진 혈관 주위로 새로운 혈관(측부 순환)이 자라나도록 돕습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걸을 때 나타나는 다리 통증은 몸이 보내는 적신호입니다.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증상이 지속된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조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혈관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소화기 내과 전문의로서, 위·대장내시경, 건강검진 및 채용검진,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초음파 클리닉 진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습니다.
💡 진료 안내 및 주의사항
본 게시물은 의료법 제56조 1항을 준수하여 의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제공된 의학 정보는 환자의 상태 및 체질에 따라 진료 결과가 다를 수 있으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술 전 반드시 내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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